[영화] 서브스턴스(2024) 후기
남들 다 몇 번씩 보고도 남았을 지난 3월 8일에 서브스턴스를 극장에서 보고 왔습니다.
그냥 포스터만 봤을 때는 뭐야 이거; 했는데 영화 보고 나오니까 왜 이렇게 했지? 라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서브스턴스 본 소감은 한 마디로 근 몇 년간 본 영화 중에 가장 폭력적인 영화라는 것입니다.
한 때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던 엘리자베스 스파클이 나이가 들면서 신인 배우들, 더 인기가 많아진 배우들에 밀려나 에어로빅 비디오를 찍는 인물로 살아가고 있는데요. 촬영을 마치고 우연히 듣게 된 담당 PD 하비의 뒷담, 그 중에서도 곧 더 젊고 예쁜 여자로 대체될 거라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 본인의 포스터가 붙어있던 큰 전광판을 떼는 걸 넋놓고 보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치료를 위해 간 병원에서 누군가 코트 주머니에 넣어 놓은 '서브스턴스' 소개를 발견합니다.
처음엔 무시하다가 당연히 그 usb의 영상을 틀어보게 되고, 비극이 시작됩니다...
서브스턴스의 룰은 단 한 가지, 새로운 나와 7일 간격으로 교체를 하며 생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당신은 하나입니다'라며 새로운 내가 기존의 나와 다른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는 경고도 주지만, 그걸 잘 지켰다면 이 영화는 전개가 되지 않겠죠.
하비가 새우의 등 껍질을 까서 잡아먹던 것처럼, 엘리자베스의 등을 찢고 새로운 나, '수'가 나오게 됩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거울보기. 젊고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하다가 다시 하비를 찾아가 엘리자베스를 대체할 새로운 에어로빅 프로 진행자로 캐스팅됩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왜 굳이 그런 대우를 받아놓고도 다시 하비를, 연예계를 찾아갔을까 싶었지만 결국 엘리자베스는 평생을 그 업계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세상을 생각조차 하지 못할만큼 갇혀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수'는 다시 찾아온 전성기, 어쩌면 엘리자베스의 전성기 때보다 더 뛰어날 수도 있는 인기를 누리기 위해 서브스턴스의 룰을 어기고, 계속해서 엘리자베스의 척수액을 뽑아 먹으면서 수의 시간을 늘려나가요. 당연히 아무런 대가가 없는 게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엘리자베스로 교체했을 때, 엘리자베스는 이미 더이상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몰골이 되었습니다. 결국 나 그만하겠습니다!를 외치고 수를 죽이려하다 수의 빛나는 모습, 인기, 활동이 자기가 원하던 것임을 기억하고 되살리려다 둘이 동시에 활동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진짜 말 그대로 몰아치는데요. 당연히 수는 엘리자베스가 본인을 죽이려고 했다는 점에 분노했고, 그 화를 참지 못해 엘리자베스를 거의 죽여놓고 행사를 하러 떠나요. 그런데 본인이 한 몸이라는 걸 염두하지 않고 엘리자베스를 거의 80% 죽여놨기 때문에 본인의 몸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이가 빠지고, 귀가 떨어지고 아주 난리가 난 상태로 집에 돌아가서 서브스턴스 약을 다시 주사해요.
서브스턴스는 한 번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어기고, 다시 사용했을 때는 더이상 인간이 아닌 외형으로 '몬스트로 엘리자수'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름보고 피식했어요.
여기서 제가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몬스트로가 생방송 현장에 난입해 막 이리저리 피를 뿜어댈 때 저 관객석에 앉아있는 초대받아 온 사람들은 무슨 죄냐하는 생각이 든 저였는데요; 결국 엘리자베스를 저렇게 만든 것 자체가 PD, 관중, 세상의 무관심 혹은 관심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이 생각이 정말 폭력적이다 못해 뇌가 녹아버린게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보면서 눈을 찌푸리게 되는 장면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는데요. 다 보고 나와서 드는 생각, 주변의 이야기까지 폭력적이에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후기를 보면 어떤 커플이 영화를 보고 나온 엘리베이터에서 나도 쌍수할까?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람, 자기는 저런 거 맞지 마~ 하며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는 사람 등 정말 많은 소감과 후기가 있는데, 이것까지가 이 영화의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나는 그동안 연예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싶기도 하고,
나도 아무렇지 않게 그들을 평가하는 데 동화되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비단 유명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올해 본 영화가 몇 편 안되긴 하지만 아직까지 최고입니다.
본 지 3주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선명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정말 충격적이긴 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