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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스트 라이브즈(2024) 후기

감씨뇰 2024. 3. 13. 01:26

지난 6일 개봉한 패스트 라이브즈를 봤습니다!

사실 한국어로 된 포스터만 대충 보고 FAST라고 생각했는데, PAST였네요.. ㅎㅎ

 

 

포스터도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제가 본건 회전목마 앞의 해성이랑 나영이가 있는 포스터였는데, 이게 젤 마음에 들어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술을 마시는 느낌! 잘 전해지는 것 같아요.

 

가난한 백수에게 아주 꿀같은 CGV의 개봉 첫주 8천원 쿠폰이 오늘까지여서 오늘 보고 왔습니다.

역시나 집 앞의 영화관에서 봤는데, 최근에 제가 본 영화들은 다 관객이 적어서 굉장히 조용하고 뭔가 소리가 난다면 누구일지 예측이 되는 정도로 썰렁했거든요? 오늘은 웬일인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 가던 영화관처럼 좌석이 거의 차있고 영화 시작 전의 어수선한 조용한 느낌이 나서 괜히 반가웠습니다.

 

 

셀린 송 감독이 나영이처럼 12살 때 이민을 갔다는데, 이 이야기의 시작도 그렇지만 감독이 실제로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영화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인터뷰도 봤는데, 포스터 속 저 상황도 감독이 실제로 겪은 상황과 비슷하다고 하네요.


 

나영이는 12살에 캐나다로 이민을 가면서 나영이라는 이름과 나영이를 한국에 두고 가는데요. 그 과정에서 해성이랑 헤어지지만 완전히 관계를 끝맺진 못해서 12년 뒤에 페이스북으로 서로를 찾다가 연락을 하게 됩니다. 스카이프도 하고 메일도 주고받으면서 연락을 꽤 하다가 어느 순간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는 나영이의 말에 연락을 끊게 됩니다. 그 이후에 나영이는 아서랑 만나서 결혼도 하게 되었고 다시 12년이 흘러 36살이 된 해성이가 회사에 휴가를 내고 뉴욕으로 나영이를 만나러 가고, 이야기하면서 결국 안녕하게 됩니다.

 

 처음 영화가 저 세명이 이야기 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시작하는데, 사실 중반에는 아예 잊고 있다가 마지막에 다시 저 장면이 나오고서 아 그랬었지.. 했습니다. 

 

나영이가 '인연'이라는 단어를 아서한테 알려주면서 이런 건 꼬실 때 쓰는 말이라고 했는데요, 마지막에 나영이 중간에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해성이도 아서한테 '인연'이라는 말을 아냐고 물으면서 자기 둘도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게 재미있는게 아서는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말로 잠꼬대를 하는 나영을 보면서 평생 자기가 닿을 수 없는 나영의 내면이 있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저의 favorite 장면입니다 ㅎㅎ), 그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한국인 해성이를 만나는게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왠지 자신이 진 것 같은 기분도 느끼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그리고 나영이랑 해성이가 두번 째 만났을 때 자유의 여신상 보는 페리를 같이 탔는데, 아서는 자기는 안타봤다면서 좋았냐고 해서 진짜 좀 불쌍했어요.. 아서는 진짜 상남자같아요.....

 

마지막 해성이가 다시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 우버를 잡으러 갈 때, 아서는 결국 나영이의 '미래'로 남아서 미래를 향해 가는 나영이를 담지만, 해성이는 과거라서 왼쪽으로 다른 쪽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립니다. 그때 저는 택시가 오는데 해성이가 너무 깜짝놀래서 왜 저렇게 놀라나 싶었는데 인터뷰 보니까 아예 그 장면은 실제로 우버를 감독이 지금이다 싶을 때 불러서 배우들도 오는 줄 몰라서 그렇다고 하네요. 

 

결국 아서로 가면서 나영이 펑펑 우는 장면도 좋았는데,  해성이랑 영상통화를 하면서 나영이는 울보였던 자신을 한국에 두고 왔다고 얘기하면서 이민오고 나서는 초반 말고는 거의 울지 않았다고 얘기하거든요. 근데 그게 사실은 강해져서가 아니었고 또 그걸 알고 있는 해성이와 정말로 다음 생에 만나자며 안녕하고 나서 아서에게 안겨서 운다는 게 결국 묵묵히 기다린 아서가 이겼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외국 살때 스카이프 꽤 써봤는데, 인터넷이 우리나라만큼 빠르지 않아서 중간중간 끊기거나 내가 한 말을 상대방은 몇 초 뒤에나 듣고 대답하면 또 저는 시간이 지나서 듣는게 답답할 때도 있었거든요. 근데 이 영화에서는 그 중간중간에 빈 시간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태오가 전형적인 한국 남자, 보통의 한국 남자로 나오는데 사실 몸이 너무 크고;; 얼굴도 그렇고 왠지 약~~~~간 이질감이 들었습니다... 해성이는 기다릴 줄 알고 결국 깔끔하게 (진짜 깔끔하게인진 모르겠습니다) 정리할 줄 알고 어릴 때의 마음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게  좋았습니다. 사실 좀 구질구질하고 미련한 남자같아요. 

 

그레타 리 작품은 첨 보는거 같은데요, 눈빛이 진짜 멋있어요. 눈으로 말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표현을 잘 한다는 느낌도 들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처음에 등장했을 때 한국말을 너무 못해서 아무리 그래도 12살 때 간 거면 꽤 커서 간건데 말이 저렇게 안되나? 싶었는데 대사 중에 해성이가 '너 한국어 많이 녹슬었구나?'라고 해줘서 뭔가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아서 역 맡은 배우 존 마가로는 실제로 부인이 korean american이래요. 그래서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상태로 촬영에 들어갔고 더 배워서 잘 해보겠다는 걸 감독이 그럴 필요 없다면서 그대로 촬영했다네요. 실제로 그 배우가 역할을 엄청 탐냈대요.

 

아 그리고 해성이 친구 역으로 가수 장기하가 나오는데요;; 글로벌 장기하. 장기하가 원래 해성 역을 맡으려고 오디션 정식 절차를 다 밟았는데, 유태오로 정해지고 나서 감독이 친구 역으로도 괜찮겠냐고 물어봐서 출연하게 됐대요. 연기에 욕심이 있을까요? 전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수염 없는 감자별 장기하를 봐서 더 놀랍습니다.. 

 


아무튼 영상도 아름답고요.. 12의 배수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지만... 별 이유는 없고 그냥 12살 때 처음 간 게 계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인연이 뭘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의 점수는 ~~~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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