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최진영 <원도> 후기

감씨뇰 2024. 9. 15. 00:59

 

 

최진영 작가는 왜 인기가 많을까 항상 궁금합니다. 저도 지금까지 최진영 작가 책을 많이 읽긴 했어요.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비상문, 겨울방학,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오로라 순서로 읽었는데요. 처음 구의 증명을 읽었을 때 충격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어서 그 이후로 이름이 뇌리에 박혀버려서 보일 때마다 빌려보긴 합니다. 

 

전자도서관을 구경하다가 원도를 발견하고, 예약해서 빌렸는데 오늘이 마감일이라 하루만에 시험 벼락치기하는 심정으로 읽었어요. 

 

<원도>는 절판됐다가 복간된 책이라고 하는데요, 원제는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고 합니다. 당시에는 작가가 <원도>로 발간하고 싶었는데 거절당하고, 이번엔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를 원했는데 출판사에서 <원도>를 원했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네요..

 

제목인 <원도>는 주인공입니다.

나는 왜 살아 있는가. 이것이 아니다.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이것이다.

 

원도의 질문인데요. 결국 원도는 내가 왜 사는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자기 삶의 기억을 돌아봅니다.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찐따 원도.. 결국 원도는 살아요. 원하는 답을 얻진 못했지만 방법을 찾아서 삽니다.

 

진짜 읽으면서 내가 왜 이 찝찝함을 느끼면서도 최진영 책을 계속 찾을까 궁금했습니다.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항상 최진영 책을 읽으면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문장이 많아요. 마음에 든다기 보다는 닿는다는 표현이 조금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왤까요? 이 사람은 사람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을까요? 얼마나 깊게 생각할까요?

 

원도는 죽은 아버지, 산 아버지, 어머니, 장민석, 야똘, 유경, 아내, 김태경 등 자기 삶의 모든 사람에 의해 깎이고 다듬어져서 지금의 원도가 됐고 동시에 그들의 기억에 묶여서 자기 삶을 통제 당하는 것 같아요. 누구나 그렇겠죠 과거의 사건에 의해 바뀌고 새로 만들어져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요.

 

돈과 사랑은 유사하다. 전염성이 강하고, 한번 빠져들면 벗어나기 힘들고, 원하면 원할수록 증오가, 가지면 가질수록 불안이 커진다. 의심과 합리화로 사람을 무장시키며, 몹시도 불평등하여 가진 자만이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일단 소유하면,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이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초조와 박탈감에 시달리고, 내 것이 아닌 때에야 그 아쉬움을 비로소 절감하며, 대부분 내가 손해 보는 것 같고, 남의 것을 탐하게 되고,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며, 부질없는 약속을 전제한다. 사람을 천국과 지옥으로 끌어들인다는 점 역시 같다. 기만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